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МиГ-21И Аналог.png


연구를 전담했던 중앙 항공역학 연구소로부터 "MiG-21I 아날로그 (МиГ-21И Аналог)"라는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이 독특한 삼각날개를 지닌 기체는 소련이 서방측의 콩코드 (Aérospatiale-BAC Concorde)에 맞서 개발중이던 초음속 여객기 투폴레프 Tu-144 (Туполев Ту-144)에 새롭게 도입한 오지익 (ogee wing)에 관한 실제 비행 데이타를 수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테스트 베드였다. 따라서 이 기체는 처음 개발이 진행될 때만 하더라도 Tu-144의 형식 번호를 따서 A-144로 불리기도 했다. 소련의 항공 설계국들은 천음속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 지닌 삼각날개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었지만, 프랑스나 영국, 미국처럼 꼬리날개를 아예 없애버린 완전한 델타익 항공기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MiG-21I 실험기를 통해 얻은 데이타는 Tu-144로 충실히 피드백되었으나 소련 항공 당국은 무미익 델타익은 전투기에는 알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현재까지 러시아제 전투기 중에닷쏘 미라주 (Dassault Mirage)와 같은 완전한 무미익 델타익 전투기는 전무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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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G-21 전투기의 동체를 활용

 1964년부터 델타익 개념을 실험하기 위해 고리키 제21항공창 (бюро Горьковского авиационного завода No. 21)에서 단 2대만 제작된 이 실험기는 소련의 항공 엔지니어들에게 무미익 항공기 (бесхвостки)에서 승강타의 효과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관해 좋은 힌트를 제공해주었다. MiG-21의 동체와 엔진을 기본으로 미코얀 설계국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이오시프 비냐미노비치 프룸(Иосиф Вениаминович Фрумкин :1914~1996)에 의해 재설계와 개량이 더해진 시제1호기는 이를 위해 날개 뒷전 전체에 걸쳐 모두 4개 부분으로 나뉘어진 에일러론 겸 승강타가 마련되었다. MiG-21I에서 I (И)라는 개량부호는 실험기 (Имитатор)의 두문자를 따서 붙여진 것이었다. 기체의 내/외부에 탑재된 연료의 용량은 모두 합쳐 3,700리터로, 동체 내부에 6군데 설치된 연료탱크에 2,271리터가 실리고 1,025리터는 널찍한 날개 내부에, 그리고 450리터들이 낙하식 보조 연료탱크가 준비되었다. 이것은 MiG-21 중기형의 내/외부 연료 탑재량이 2,830리터에 그쳤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거의 900리터나 더 많은 양이었다. 


이 실험기는 양력 중심의 변화를 재현하기 위해서 기수와 꼬리에 각각 290 kg 중량에 해당되는 "액체" 무게추를 지상의 관제소에서 원격조종으로 버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미세한 자세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 캐노피 최상단에서 기체 앞뒤를 동시에 촬영하도록 카메라가 2대 설치되었다. 그리고 실험용 기체인 관계로 원래 설치되어 있던 무장 운용과 관련된 설비와 조작 장치들은 모두 제거시켰으며, RATO 부스터 부착용 랙도 없애버려 중량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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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미익의 국적 표시 뒤에 "A144"라고 기입되어 있다.


# 거듭된 테스트 비행

시제2호기는 주콥스키 비행장에 위치한 그로모프 비행연구소 (Лётно-исследовательский институт имени М. М. Громова : ЛИИ)에서 실제 비행을 거듭하며 날개 앞전의 후퇴각을 Tu-144와 동일한 78도가 주어진 오지익을 실험했다. 2호기가 롤아웃되어 테스트를 시작할 무렵에는 이 기체는 아날로그 대신 "소콜 (Сокол)"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2호기가 1호기와 다른 점은 기수 부근에 LERX를 추가하여 익면적이 더 넓어진 것인데, 이런 개량은 물론 Tu-144의 개량 포인트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개량으로 1호기에서 290 km/h에 달할 만큼 빨랐던 착륙속도를 225 km/h로 낮출 수 있었다. 


2대의 실험기 아날로그와 소콜은 소련 공군 시범비행단의 일원이었던 빅토르 S. 콘스탄티노프 (Виктор Семенович Константинов :1939~1970)와 나중에 Tu-144의 조종간을 잡은 에두 아르드 V. 엘란 (Эдуард Ваганович Елян :1926~2009)과 미하일 V.코즐로프 (Михаил Васильевич Козлов :1928~1973), 그리고 MiG-21부터 MiG-31까지 미그 설계국이 내놓은 모든 전투기의 테스트 파일럿을 맡았던 보리스 A. 오를로프 (Борис Антонович Орлов :1934~2000)와 같은 쟁쟁한 조종사들이 시험 조종을 맡았는데, 그중 현재까지 생존 중인 이는 나중에 우주비행사가 된 이고르 P.볼크(Игорь Петрович Волк :1937~)가 있다.


MiG-21I의 실제 비행 장면


"​이 비행기는 짐작했던 것보다 더 쉽게 이륙과 착륙이 가능해 민항기에 알맞는 좋은 설계인 것 같다. 익면 하중이 낮아 기존의 MiG-21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순간선회율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투기동을 하며 급히 감속이 되면 기수가 떨리기 시작하면서 목표에 대한 조준을 흐트려 놓는 버릇이 있었고, 그밖에도 공기역학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기체는 아니어서 전투기나 요격기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 보리스 A. 오를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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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를 관찰하기 위해 우측 날개에 술을 붙여놓은 2호기 "소콜"


테스트 파일럿들이 제출한 이와 같은 보고서 내용 때문에 미그 설계국에서는 이 기체의 비행 데이타를 응용하여 초음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델타익 공격기 MiG-21LSH (МиГ-21ЛШ)를 개발하려던 계획도 포기되었고 이후 군용기를 무미익 델타익으로 만드는 일은 다시는 없었다. 90년대 후반에 차기 전투기의 개념 실증기로 개발하던 MiG 1.44 역시 꼬리날개는 없지만 커나드가 달리게 된 것처럼, 연방 시절의 러시아는 중앙 항공역학 연구소에서 각 설계국에 제공한 자료에 기반하여 전투기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수호이 설계국도 마찬가지로 델타익 전투기는 금기시되었다. 즉, 소련 공군 수뇌부는 이 실험기 이후로는 다시는 무미익 델타익 전투기를 만들는 일은 없었고 이런 설계 방침은 현재 러시아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수호이 Su-57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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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21LSH : 1호기 아날로그의 델타익을 응용한 초음속 공격기 프로젝트로, 동체는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엔진 배치가 변경되고 콕핏은 장갑화될 예정이었다. 9군데의 하드포인트에 합계 3톤 이상의 공대지 무장을 탑재하며 최대속도는 1,200 km/h라는 전투기와 맞먹는 초음속으로 생존성을 높이는 개념의 전폭기였다. 그러나 MiG-21I의 테스트 비행으로 최저한의 착륙속도가 212 km/h에 달할 정도로 저속 비행성능이 떨어지고 무장 사격에 필수적인 안정성이 낮아 전선에서 작전을 펼칠 공격기에 델타익은 좋지 못하다는 결론이 내려져 취소되었다. 이에 따라 가변익을 가진 MiG-23을 지상 공격기로 개량하여 태어난 기종이 MiG-2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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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테스트 프로그램을 마친 1호기는 1970년에 테스트 파일럿 발렌틴 S. 콘스탄티노프가 타고 곡예비행을 펼치다가 저고도에서 갑작스런 테일스핀 (Tail Spin)에 빠져 지면에 부딛혔다. 충돌 직전에 콘스탄티노프는 재빨리 탈출 레버를 당겨 사출좌석과 함께 솟구쳤지만, 낙하산이 펼쳐지기에는 고도가 너무 낮아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아마도 최근 쓰이는 즈베즈다 (Звезда) 사출좌석 같은 제로-제로 탈출 시스템이었다면 그는 분명히 살아남았을 것이다. 남겨진 2호기는 Tu-144를 조종하게 될 요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이용되었으며 모든 임무를 마친 이후는 모니노 중앙 공군 박물관에 보내져 지금까지 노천 전시되고 있다.



D A T A
형식 / 명 칭  델타익 실험기 / MiG-21I 아날로그
전장 / 전폭 / 전고  14.70 m / 8.15 m / 4.71 m
익  면  적 43.00 m²
초 도 비 행  1964 년
탑 승 인 원  1 명
공허중량 / 임무중량  8,750 kg /  kg
최대이륙중량   kg
동 력  투만스키 R-13-300 터보제트 엔진 1기 (추력 4,070 ~ 6,490 kg)
최 대 속 도  2,100 km/h (마하 2.06)
순 항 속 도  1,200 km/h
항 속 거 리   km
상 승 한 도  20,000 m
상 승 률  m/min.
무   장  없음
생 산 수  2 대
비   고  1대 일반 전시중
  • ?
    bluedove 2020.07.04 01:09

    Vector Thrust란 스팀의 인디게임에서 나오는 MIG-21I는 MIG-21PF 보다 가속력은 좋지만 기수 돌리기가 끔찍하게 어려운 기종이였는데, 실 기체는 순간 기동성이 더 좋았었군요.

  • profile
    쿵디담 2020.07.05 20:48
    아니?! 그런 게임도 있었던가요? 혹시 설명이나 추가 자료 좀 얻을수 있는 곳 없을까요??
  • ?
    bluedove 2020.07.07 16:53
    첫 댓글의 제목에서 오타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242130/Vector_Thrust/?l=koreana&cc=tr

    지금은 추가 업데이트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입니다. 이 사이트에 있는 카이리님도 하셨었습니다.
  • profile
    쿵디담 2020.07.11 14:13
    오... 이런 게임도 있었군요! 가서 구경해봐야겠습니다 ^^
  • profile
    재훈 2020.07.12 14:08

    와... 이런 기체도 있었군요 ㄷㄷ

    덕분에 몰랐던 파생형을 하나 더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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