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jpg


제한된 지면 문제도 있으나, 따로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비옥한 토지를 활용하여 발달된 1차 산업인 농업과 목축업을 바탕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남미를 호령한 강대국이기도 했던 나라가 아르헨티나이다. 소싯적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힌 동화 <엄마찾아 삼만리>에서 이탈리아인이던 꼬마 주인공이 엄마를 찾아 가던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였다. 즉 유럽에서 아르헨티나 드림을 찾아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을 왔다는 것이고, 이런 현상이 소설이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표현될 만큼 일반적인 하나의 사회 현상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지구의 남반구에서 최고의 강대국을 자처하던 아르헨티나가 국산 전투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은 남미 최초의 제트 전투기에 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2.jpg


I.Ae.27 풀키 I(I.Ae.27 Pulqui I)은 2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의 총성이 잠시나마 멎은 1946년에 아르헨티나에서 개발이 시작된 제트 전투기였다. 앞서 밝힌 대로 부유한 아르헨티나는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자금력은 충분했었지만, 기술 인력과 공업력 측면에서는 빈약해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폴키의 디자인은 순수한 자국내 기술자들이 아닌, 프랑스에서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저명한 항공 엔지니어 에밀 드보아틴(Émile Dewoitine : 1892~1979)이 지도하는 후안 이그나쇼 산 마르틴(Juan Ignacio San Martín)과 엔리케 까델렉(Enrique Cardeilhac), 그리고 노베르토 모치오(Norberto L. Morchio)가 속한 설계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 2차 대전에서 패한 프랑스의 비시 정부에 협력하던 드보아틴은 연합군이 진격해오며 해방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곧 시작될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와 보복을 피해 스페인으로 도주했다가 그곳에서 아르헨티나가 파견해둔 요원과 접촉해 남미로 건너가게 된다. 드보아틴은 조국을 떠나기에 앞서 틈틈이 자신이 설계하던 프로토타입 제트기인 드보아틴 D.700의 설계도를 챙겨두고 조심스레 숨겨 다녔다. 페론 정부는 그 덕분에 1946년에 곧바로 시제기의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고, 이 사업이 자신들 정권의 프로파간다에 이용할 가치가 높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4.jpg


에밀 드보아틴은 이 프로젝트 전체의 열쇠를 쥐고 있던 두뇌였지만, 그것이 이 전투기가 온전히 프랑스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통령 후안 도밍고 페론(Juan Domingo Perón : 1895~1974)의 직권에 의해 스페인 남부의 소도시 코르도바에는 1943년에 대규모의 항공기술 연구소 단지가 새롭게 건설되었고, 코르도바 항공 연구소(Instituto Aerotécnico de Córdoba)라 이름붙여진 이 기관은 오늘날까지 아르헨티나 항공 기술력의 원천이다. 


3.jpg


원주민어인 마푸둥군어에서 화살이라는 뜻을 가진 풀키의 동체는 타원형 단면의 세미 모노코크 구조로, 에어 인테이크는 기수에 조종석을 둘러싸듯이 설치되어 있었다. 풀키의 엔진으로는 영국제 롤스-로이스 더윈트(Rolls Royce Dewent) 엔진이 선택되었는데, 이 제품은 영국의 글로스터 미티어 전투기를 통해 그 신뢰성이 충분히 입증되었으나 시제기의 개발 싯점에서 볼 때는 이미 구식인데다 추력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므로 더윈트를 단발로 장비할 풀키의 크기는 필연적으로 작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탓에 풀키는 원형기를 설계할 때부터 엔진의 탑재 위치를 선정하는데 특히 애를 먹었다고 알려지는데, 동체의 내부 용적을 확보하기 위해 1,200리터 용량의 연료탱크를 날개로 옮기는 바람에 항속거리는 크게 짧아졌다. 이 문제는 우선 뒤로 밀어두고 양산 단계에서 수정하기로 결정한 개발진들은 자체적으로 풍동 터널을 건설하여 실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길고 지리한 작업에 몰두했다.  


FMA 풀키의 개발과 시험비행 영상


# 테스트 및 평가
풀키라는 이름이 붙여진 완성된 프로토타입의 첫 비행은 에드문도 바이스(Edmundo Osvaldo Weiss : 1919~1991) 중위의 조종으로 1947년 8월 9일에 개시되었다. 그러나 막상 풀키가 보여준 성능은 몹시 실망스러운 것이어서, 개발진들은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내다보았다. 에밀 드보아틴을 비롯한 기술자들은 풀키의 최고 속도가 850 km/h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비행에서는 720 km/h라는 프로펠러 전투기 수준의 스피드만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개발진들은 대폭 뜯어고친 2호기를 계획했고, 이에 따라 시제기는 풀키에서 풀키 I으로 개명되었다. 비행 성능에 불안을 느낀 스탭들은 원래 장착하기로 했던 4문의 20mm 기관포를 달아볼 수도 없이 2호기를 위해 보관해두었다.  

  

훗날 더 발전성 있어 보이는 I.Ae.33 풀키 II로 연구가 이행될 때까지 개발 작업은 띄엄띄엄 이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개조된 풀키 I의 실제 비행은 짧은 시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키 I는 아르헨티나와 더 나아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개발하고 만들어진 최초의 제트 전투기로 그 이름을 남겼다. 풀키에 의해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5번째로 제트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가 되었다.


5.jpg


허나 아르헨티나는 불완전한 풀키가 거둔 성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트 전투기를 갖춘 공군을 꿈꾸던 아르헨티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른 리뷰를 통해 다뤄보기로 하겠다.    

단 한대만 만들어지고 한동안 방치되었던 풀키의 시제기는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론(Morón)에 있는 아르헨티나 공군(Fuerza Aérea Argentina)의 항공 박물관(Museo Nacional de Aeronáutica)에 전시되어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고 있다. 




TAG •
  • profile
    뱅기 2020.05.24 22:30
    오호.. 드디어 올리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신 괴상하게 생긴 최초의 재트기도 잘 봤습니다. 곧 전용공간 마련하겠습니다.
  • profile
    쿵디담 2020.05.25 16:20
    아하! 그것도 올릴까요?
  • profile
    뱅기 2020.05.25 22:22
    그 글 너무 재미있더라구요..ㅋㅋ
  • profile
    재훈 2020.05.25 12:21

    네이버 블로그에서 한번씩 글 읽곤 했는데 이제 여기에도 글이 올라오네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profile
    쿵디담 2020.05.25 16:21
    어익후 응원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ㅋ
  • profile
    이골 2020.05.25 17:03
    드디어 올리셨군요 블로그에 있는 글 중에 주옥같은 글들만 잘 선별해서 올리시는지 제가 언제나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 profile
    Butterfly 2020.05.29 16:49

    쿵디담님 처음 뵙겠습니다. butterlfy 라고 합니다. 주로 뉴스만 다루고 있습니다.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 profile
    쿵디담 2020.05.29 18:58
    환대 감사드립니다!
    최신 뉴스를 다뤄주시는건가요?
  • profile
    뱅기 2020.05.29 20:52
    Butterfly님은 항공우주 뉴스를 스크랩해서 올려주시는 에크 운영진 중 한분이십니다. 방대한 양의 국내외 항공우주 분야의 뉴스를 매일 업로드하십니다.
  • profile
    Butterfly 2020.05.30 15:13

    뱅기님의 말씀처럼 국내 해외 뉴스를 올리고 있습니다. 해외뉴스는 하루정도 시간차가 좀 있기는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 profile
    쿵디담 2020.06.08 13:03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구요 ^^

  1. Update

    러시아에 델타익 전투기가 없는 이유 : MiG-21I 아날로그

    연구를 전담했던 중앙 항공역학 연구소로부터 "MiG-21I 아날로그 (МиГ-21И Аналог)"라는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이 독특한 삼각날개를 지닌 기체는 소련이 서방측의 콩코드 (Aérospatiale-BAC Concorde)에 맞서 개발중이던 초음속 여객기 투폴레프 Tu-144 (Тупо...
    Date2020.07.03 By쿵디담 Reply3 Views47 updatefile
    Read More
  2. 미완의 초음속 여객기 보잉 2707 (Boeing 2707)

    콩코드의 성공은 토론토 에어쇼로 날아갔을 때 처음으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거기서 나는 SR-71 블랙버드 정찰기의 조종사들을 만났다. 그들은 우주복과 헬멧을 쓰고 쿠바 상공 6만 피트 고도에서 사진 촬영 임무를 수행하는데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
    Date2020.06.25 By쿵디담 Reply3 Views49 file
    Read More
  3. VTOL기와 헬리콥터의 혁명을 이끌려 했던 도전 - 페어리 로터다인

    1915년에 영국 미들섹스주에서 설립된 항공기 제조업체인 페어리(Fairey Aviation)사에 의해 개발된 복합 헬리콥터페어리 로터다인(Fairey Rotodyne)은 당시만 해도 이런 형태의 실용기가 없었던 탓에 세계 최초의 VTOL 항공기로소개되면서 항공업계에 커다란...
    Date2020.06.18 By쿵디담 Reply6 Views67 file
    Read More
  4. 초음속으로 날으는 '불타는 연필' - 브리스톨 188

    # 시제기를 위한 실험기로 태어나다 . 1950년대 초, 냉전의 골이 점차 깊어지던 무렵 영국 공군은 음속의 3배 이상의 스피드로 적성국가 상공을 통과하며 지상을 낱낱이 촬영 가능한 초고속 정찰기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 요구는 곧 공군 제안서(Opera...
    Date2020.06.06 By쿵디담 Reply2 Views94 file
    Read More
  5. 델타익 요격기의 선구자 - 애브로 720

    # 나치의 실패작 2차 세계대전은 현대전에서 전략폭격이 품고 있는 위력과 중요성을 입증해보였고, 전후에 냉전이 시작된 후에는 핵무기로 무장한 폭격기 부대의 침공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면 전쟁의 승패는 고사하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무너질 위협을 받...
    Date2020.05.29 By쿵디담 Reply4 Views427 file
    Read More
  6. 남미 최초의 제트전투기 FMA 풀키

    제한된 지면 문제도 있으나, 따로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비옥한 토지를 활용하여 발달된 1차 산업인 농업과 목축업을 바탕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남미를 호령한 강대국이기도 했던 나라가 아르헨티나이다. 소싯적 어린이들에게...
    Date2020.05.24 By쿵디담 Reply11 Views143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